"지리산댐은 죽음이다, 댐을 반대한다"


11월 16일 오전 11시 지리산 용유담(龍遊潭)의 용유교라는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한 시민이 위험하게 매달렸다. 다리 난간에서부터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플래카드를 펼치며 다리에 완전히 매달려 대롱대롱 거린다. 한 바퀴 감겨진 플래카드를 어렵게 펼치자 세로로 길게 씌여진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 댐을 반대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과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댐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백재호 운영위원이 30여 미터의 높이의 다리에 매달려 고공시위 중에 있다. ⓒ 정수근


플레카드만 봐도 무엇 때문인지 알겠다. 이곳은 바로 지리산댐(문정댐)을 반대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모인 용유담 고공시위 현장이다. 그렇다. 이 나라 국토해양부는 바로 이 일대에 '철 지난' 댐이란 것을 짓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 등 수계에 4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한 6개의 댐과 지자체가 건의한 8개의 지역 소규모댐 등 총 14개의 댐을 건설하는 내용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했는데, 지리산댐은 그 계획의 일환인 것이다.


그런데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도대체 댐이 웬말이란 말인가? 그것도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옛부터 시인묵객의 발자취가 끊이지 않았던 곳"(함양군 설명)이라는 이 용유담(국가명승지로 문화재청이 지정검토 중에 있다) 부근에 웬 댐이란 말인가?


▲ 용유담 주변으로 맑은 계류가 조용히 흘러간다. ⓒ 정수근



국토부는 이 일대에 높이 141m, 길이 896m, 총저수량은 1억7000만t, 유역 면적은 370㎢(사업비 는 9898억원)에 이르는 홍수조절용댐을 짓겠다고 한다. 홍수조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밀어붙인 논리 중에 하나가 홍수예방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매번 등장하는 그 논리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댐으로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에는 수몰지가 생기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실지로 홍수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존 댐도 허물어 하천에 자연스런 물길을 돌려주고 주변에 저류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 나라는 '철 지난' 댐 정책을 고수하면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란 프로에 출연해 4대강사업만 하면 더이상 홍수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사업만 하면 매년 들어가는 홍수피해액 4조는 더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왜? ⓒ mbc 피지수첩 캡처


게다가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뭐라고 했던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분은 TV토론에 나와서는 연필을 들고 계산까지 하면서 홍수피해로 매년 4조원씩 들어가니, 몇년 만 지나면 4대강사업의 수혜가 4대강사업비 22조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또다시 홍수조절용 댐을 지어야 하는가? 이 나라의 큰 4개의 강에 16개의 댐(보라 불리는)과 2개의 하천유지수용 댐 이렇게 총 18개의 댐을 지어서 홍수예방을 하겠다고 장담해놓고는 왜 또 댐이란 말인가?


민족의 영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그것도 이 나라 제일의 산 지리산에 말이다. 지금 내성천에 짓고 있는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도 하루하루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이 나라의 잘못된 정책으로 완전히 사라질 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판에 지리산이라니. 민족의 영산이라고 이 나라의 백성들이 흠모하고 경외의 대상으로까지 숭배하는 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왜 지리산의 심장을 막으려고 하는가? 이쯤되면 국토부가 아니라 국토파괴부라 불러야 되지 않냐? 아름다운 곳만 보면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는 고공시위의 당사자인 백재호 씨의 탄식이 서글프다.


▲ 창원마을 다랑이논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훤히 보인다. 댐이 놓일 마천면의 골짜기는 대부분 이런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 정수근


▲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정수근


지리산댐을 식수용 댐으로 하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도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그는 4대강사업을 적극 찬동하고 낙동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을 때조차 "과거에 비해 녹조가 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흰소리를 한 분이 왜 식수용 댐을 언급하시는가?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그렇게 맑아졌다면서 왜 식수용댐이 또 필요하냔 말이다. 자그만치 8억톤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억톤의 강물이 추가 확보돼 있다. 그런데 왜 또 댐이 필요한가. 그것도 경남도의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이라는 세개의 군을 접하고 있는 경남의 등뼈격인 지리산에다 말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제발 그대로 두라


국립공원 1호는 지리산을 지칭하는 또다른 이름이다. 국립공원 1호, 이것은 지리산이 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란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이 나라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홍수조절이라는 목적의 댐을 꼭 지어야만 한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너무 빈약하다.


"홍수조절이라면 그 댐을 지을 1조원이나 되는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서구처럼 홍수가 날 법한 곳에 저류지를 더 확보하라. 이제는 토목이 아니라 자연으로 자연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 용유담 현장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댐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용유담 현장의 퍼포먼스. "지리산댐 계획 중단하고, 용유담을 국가명승지로 빨리 지정하라!" ⓒ 정수근


고공시위를 기획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박창재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렇다. 오히려 댐을 지을 돈으로 저류지를 더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이 노닐었다"는 그 용유담의 용처럼 지리산이 더욱 역동적인 산이 될 수 있도록 하천에 더 많은 땅을 할애하는 것이다.


"댐을 막는 것은 지리산의 혈맥을 막는 것과 같고 그로 인해 결국 이 땅의 기운이 쇄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보다는 저류지를 더 확보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는 것이 주변의 살찌우고, 이 땅의 기운을 더욱 북돋우는 일일 것이다"


마천면 창원마을에 살고 있는 김석봉 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토부가 더이상 국토파괴부라는 오명으로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립공원 1호이자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혈맥과 심장을 막으려는 계획은 당장 중단하고 이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꾸고 보존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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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2014.11.18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경을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언제쯤 멈출까요.

  2. Favicon of https://lowman.co.kr BlogIcon 남자옷 쇼핑몰 2017.12.04 0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

지난 2001년 11월 18-19일에 걸쳐서 있었던 사자자리 유성우의 모습, 사진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밤하늘의 우주쇼
 
18일 바로 오늘 새벽 동쪽 하늘에 수많은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유성우’(流星雨) 쇼가 펼쳐진다고 한다.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한반도 동남쪽 하늘의 '사자자리' 별자리 근처에서 별똥별들이 집단적으로 떨어지는 유성우(流星雨) 현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다. 

오! 별똥별, 참으로 낭만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밤하늘의 별을 우리네 인생사의 詩에 비유하기도 하던데, 하여간 그 별들이 마구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무딘 사람도 그 모습을 보면 동심이나 시심에 절로 사로집히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지리산에서 본 유성우, 잊을 수 없는 추억

내 인생에서 이 유성우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대학시절 3박 4일 일정으로 오른 지리산 종주길에서였다. 대학 동아리에서 간 '체련대회'란 이름의 산행대회의 일환이었는데, 그때 난생 처음으로 오른 그 지리산에서 별똥별들의 향연에 함께 한 것이다. 지리산만 해도 감개무량인데 유성우까지 정말 놀라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노고단에서 몇개의 유성을 만났지만, 종주의 마지막날 머문 장터목 산장에서 본 그 유성우들의 화려한 쇼는 정말 장관이었다. 

하늘이 거의 닿을 거리인 그 산정에서, 바로 위에서 쏟아져내리는 별들의 향연에 벌어진 입이 닫힐 줄 몰랐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정상에서 보는 유성우이니 얼마나 선명하고 뚜렸하게 보였겠는가, 하여간 그날 밤하늘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디지털 카메라도 없던 시절이었고, 카메라가 지금처럼 일상의 도구도 아닌 시절이었기에 필카로도 그 모습을 담을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주의 위대한 향연에 취할 뿐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날의 유성우는 한꺼번에 수백개가 동시에 떨어지는 오늘 새벽의 이런 소나기 유성우는 아니었지만,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떨어져내린지라 그저 밤하늘을 처다보고 있는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고, 시간이란 개념을 잊어버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그때 함께한 동아리 선후배들과의 추억은 지금도 왕왕 생각이 난다. 그 유성우가 얼마나 길게 이어졌었으면 우리는 산장 앞에 자리를 깔고서 유성우를 안주 삼아 돌아가면 소주를 마셨다. 한잔 마시고는 하늘을 처다보고 소원을 빌고 또 한잔 마시고는 하늘을 처다보고 소원을 빌고 했는데, 하여간 그때 그 술맛은 우주적 황홀 그 자체라고 할까, 술과 우주와 꿈과 내가 하나로 버무려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다양한 유성우의 모습, 사진 출처 - 뉴스 한국

유성우 내리는, 우주적 황홀의 시간 


그런데 오늘 그 우주적 황홀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설레이는 순간인가, 그때 그 친구들이 다시 마구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그때 그 선후배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오늘 새벽의 이 유성우를 보고 지리산의 그 밤을 회상하면서 함께 공명하려나? 하여간 신나는 밤이다.  
 
이런 우주적 황홀의 시간을 연출하는 유성우의 이같은 현상은 혜성이 남겨 놓은 잔해가 대기권으로 끌려 들어오면서 그것이 수많은 별똥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고 하는데, 특히 "올해는 달빛도 없고 혜성의 잔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점을 지구가 지나게 되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별똥별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유성우는 "전국 어디에서도 관찰이 가능하다고 하며, 자정 이후 점점 늘어 오전 6시쯤 절정에 이를 것이라 하고, 한 시간에 200개에서 최대 1,000개의 유성이 쏟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한다"고 하니, 과연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치 않을 수 없다. 

자, 이제 슬슬 밤하늘을 감상하러 나가볼까. 그러면 저 하늘에서 그때 그 시절 선후배들과의 추억도 저 떨어지는 유성우 속으로 드문드문 보이려나?....ㅎㅎ.

하여간 오늘 새벽은 '사자자리 유성우' 내리는 황홀한 시간이다.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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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ok 2009.11.18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추억이시네요.
    지리산 산정에서 보는 유성우는 정말 장관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유성우에 얽힌 추억 잘 듣고갑니다.

    •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09.11.19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참 멋진 밤이었습니다.
      특히 지리산에선 일출을 보기 힘들다고 하지요.
      그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맑은 하늘을 구경하기
      힘들단 이야기인데, 그때 지리산은 맑은 밤하늘을
      저희들께 선사했었지요....ㅎㅎ.

  2. Favicon of https://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09.11.20 0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빛이 마치 새하얀 눈발이 흩날리는것 같습니다.
    다음번 포스팅이 기다려집니다.
    오늘밤도 보시고 계시나요?
    저도 한번 밤에 나가 봐야 겠네요.

    •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09.11.21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날은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잠들고 말았습니다.
      대신 다음날 TV화면으로 신나게 봤네요....ㅎㅎ.
      암튼 자주 밤하늘을 처다보는 편이긴 합니다.
      고맙습니다.

  3. Favicon of https://blogihwa.tistory.com BlogIcon 怡和 2009.11.27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별들의 향연이네요.^^
    저런걸 직접 보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TV에서 한번 보긴 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어요.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