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이른 아침 포크레인 한 대가 벼가 잘 자라고 있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의 논 한가운데를 질주했습니다.
두 줄기 포크레인 바퀴자국 위에 심겨져 있었던 벼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논 한가운데 두 줄기 바퀴자국만 선명합니다.
그 바퀴자국은 바로 마을 뒷산의 중턱까지 나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턱에는 잘려나간 나무들 주위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고함을 치고 있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위해서 포크레인이 모가 심겨진 논위를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주인의 동의도 없이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왜 이렇게 조용한 시골마을의 이 평화로운 들판에서 고성이 난무하고 벼와 들판은 짓밟힌 것일까요?
밀양 송전탑 문제, 청도에서 재현되다
바로 지난 겨울 밀양 보라마을의 이치우 어르신을 분신 사망하게 만든 765,000볼트, 그 송전철탑 공사 때문입니다. 이 송전탑 공사는 또한,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전세계적으로 반핵/탈핵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바로 그 원전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산 고리원전 바로 옆에 건설된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구, 구미, 수도권 등의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송전선로가 필요하단 것이고, 그 송전선로을 잇기 위해서는 거대한 철탑이 필요하고, 한전에서는 지금 그 철탑공사를 벌이겠다는 것입니다.
사라진 숲 주위로 마을주민들이 젊은 용역들에 둘러싸여 있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마을주민들은 용역들에게 모욕적인 욕설과 무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인체나 작물에 하등 이로울 것이 없는 그 초고압의 송전선로가 마을 위를 지나가는 것을 막고자 마을주민들이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을주민이라고 하는 분들은 거의 대다수가 고령의 할머니들입니다.
고령의 할매들, 새파란 용역들과 맛서다
그 고령의 할머니들을 막고자 한전과 시공사는 20대 용역들을 고용해서 할머니들을 욕설과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들은 초고압 선로가 마을 위를 지나가는 것도 서러운데, 새파란 용역들로부터 평생 들을 수 없는 욕설을 들으면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며 쓰러지고 있습니다.
할머니들 젊은 용역들과 충돌중 한 할머니가 쓰러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을을 지키기 위한다지만 연로한 할머니들이 새파란 용역들과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할머니들은 공사가 강행된 7월 3일부터 계속해서 이른 아침이면 공사현장으로 와서 송전탑 공사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왜 이렇게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한전 측의 꼼수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마을 부녀회장 이언주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송전탑 공사 이야기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6년 당시 주민설명회 때는 마을을 우회하던 선로가 2009년 공사를 시작하면서는 마을 위를 지나가도록 변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을의 분노를 키운 변경된 선로
그러니까 설계 변경이 있었던 셈이고, 그 변경된 선로는 송전철탑 3기가 마을을 에워싸며 건설되면서 마을이 송전선로에 완전히 포위되는 형국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006년 당시 노선계획도엔 그림과 같이 삼평리를 위회해서 선로가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삼평리 쪽으로 갑자기 바뀐 것이고, 이에 주민들이 격노하게 된 것이라 한다.
그러니 이 마을 할머니들은 “시골사람들을 우롱하는 것이냐? 우리 마을로는 절대 못 지난다”며 싸우고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 젊은 용역들께 시달리며 급기야 실신까지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마을 부녀회장 이언주 씨는 “좋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백번양보해서 2기의 철탑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마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한기의 철탑만큼은 이설을 해주세요 했지만,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비롯하여 삼평1리 마을사람들은 이른 아침 논밭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뒷산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 할매들이 한전과 시공사 측에 고용한 용역들과 대치하고 있다. 7월 6일 오전 현재의 모습 ... 녹색당 박혜령 씨가 현장에서 할매들과 함께하고 있다.
송전탑 문제의 핵심은 원자력발전
그렇습니다. 이렇듯 시골 어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기막힌 현실의 뿌리에는 바로 원자력발전이 놓여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전세계적으로 방사능의 공포에 시달리며 원전에서 ‘탈출’하는 바람이 불고 있고, 그 바람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습니다. 이미 경제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원자력의 그것보다 싸다는 것이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나라만큼은 이미 경제성도 없고, 인간생존에 치명적인 환경 문제를 일이키는 원자력발전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저 위험한 시설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시골 할아버지가 분신자결을 하든, 할머니들이 새파란 용역들에게 모욕을 당하며 고통을 받든, 나몰라 하면서 혹 막대한 떡고물을 챙기는 이들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Earth provides enough to satisfy every man’s need, but not every man’s greed.”
인류의 위대한 스승 마하트마 간디는 말합니다. “지구(자연)은 모든 인간의 ‘필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지만, 모든 인간의 ‘탐욕’은 만족시킬 수 없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전기를 쓰는 방식, 특히 밤을 잊은 채 불야성을 이루면서 막대한 전기를 탕진하고 있는 작금의 도시문명은 인간의 필요가 아닌 바로 그 ‘탐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탐욕을 조장하는 것들중의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발전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원자력발전, 이제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저 순박한 시골 어른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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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신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이 살고 있는 거 같아요. 파이팅~~~^^
원자력에너지가 경제성이 없고 환경 문제를 이르킨다는 주장은 많이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원자력은 우랴늄과 플루토늄 연료로 한번 충전, 더 이상 연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그것도 수명이 거의 백년이나 되는 최고의 경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갖 나온 신생에너지처럼 비싸면서 전기 생산량도 적은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의 극소수 사고를 빼면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자원입니다. 우리가 대다수로 의존하고 있는 석탄이나 석유가 이산화탄소를 어마어마한 양으로 대기에 내뿜고 있는데 반해, 원자력 에너지는 전혀 배출이 없습니다. 또한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원자력발전이라, 이것도 좀 잘못 된 것 같군요. 인간의 탐욕은 신생 에너지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 입니다.
이 사건이 마을과 할머니들에게는 참 안된일이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나라 발전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꼭 좋은 쪽으로 해결 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앞산꼭지님처럼 제대로 알고있는사람이 많지않아 정말 문제입니다.
내땅내가사는곳인데 한치앞만 보지말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그렇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은 지식은
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였습니다.
그렇게 배워온 것이지요.
원자력이 가장 값싸고 청정에너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원자력발전의 쓰레기인 사용후 핵연료는
현재까지 처리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수만년에서 길게는 수십만년 동안 뿜어져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자력 발전 단가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우라늄의 가공이라든지 여타 다른 문제들도 많아서
이런 경비를 모두 포함하면 원자력이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닙니다
이미 원자력의 발전단가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더 싸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미 역전했지요)
그리고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원자력발전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사고가 나면 수많은 인명과 자연이 파괴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고가 난 비율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30%가 넘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또한 원전 주변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서서히 우리 생명을 고갈시키고 있습니다.
실지로 원전 부근에 사는 사람들의 암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고,
위험한 에너지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한 에너지 수송을 위해서
즉 도시사람들의 전기소비를 위해서
위 글처럼 시골 어른들이 희생당해야 한다는
기막힌 현실도 놓여 있는 것입니다.
원전의 추가 건설만 없었다면,
우리가 전기 소비를 조금 더 줄일 수 있다면,
위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자꾸 개발논리로만 바뀌어가는 세상이 무섭습니다. 많은걸 바라지 않는데 누구의 탐욕의 평화로운 시골마을을 흔드는것일까요. 전국 곳곳이 개발로 시름시름앓고있고 저사는곳역시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제발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뉴스를 공중파에서 계속해서 내 보내야
좀 깨닫고 할텐데...
큰일입니다...
내가 근무하는곳에도 덥지도 않은데
노상 에어컨 켜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는 맨날 끄고 다니고,
그들은 맨날 켜고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덥다고 노상 켜놓고 있는거죠...
스트레스 무지 받는데,
좀 깨닫기를 바랄뿐입니다...
밀양할머니들 정말 대단하세요..ㅠㅠ 너무너무 가슴아픕니다..저도 나름대로 반대활동하지만...제가 사는 정관은...당장 직접적인 재산적 건강적 피해가 없으니 너무나도 무관심합니다..ㅠㅠ 도와주세요..!!! 한전너무나도 거대하고 뻔뻔하고 나쁜넘들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쇠말뚝박아 나라 정기 없애려했듯이..한전이 하는 짓거리가 일보놈들하고 다를바가 뭐가 있습니까..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주민들 동의없이 강제로 산에 있는 나무들 없애서 거대한 송전탑이란 쇠말뚝 박고...정말..한전은..우리나라 공기업이 아닙니다..
널리널리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위해 우리 송전탑반대카페로 글퍼갈께요!!
원자력 발전도 문제지만
70이 넘은 할머니들을 저렇게 무력으로 제지 한다는게 정말 화나고 눈물이 납니다.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분도 계시고 20대 건장한 용역들이 평생 청도를 지켜오신 할머니들을 무력으로 제지해서 멍도 드시고 욕설이 난무하고...취재도 못하게해서 기자들이 취재를 오지않는데 한 기자분이 갔더니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시며 끌어안으시면서 아무도 오지않는곳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게 동방예의지국의 나라입니까?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부디 세상에 크게 알려져서 청도에 사시는 분들의 승리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 방송 봤습니다. 개발이든 뭐든 거기 사는 사람을은 배제하고 뭘 위해 저려는지 모르겠구요. 어르신들이라 걱정되네요. 존경스럽지만 너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을까요.
지금은 적극적으로 연대해드리는 방법뿐일 것 같습니다.
자주 청도로 달려가 송전탑 문제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실은 우리 도시사람들의 문제임을 알려드리고,
함께 연대해드리는 것. 그것이 가장 멋진 도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