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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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골 나무들이 잘리기 시작했다.
앞산터널을 뚫기 위한 벌목공사가 지난 16일부터 시작되었다.
수십년 동안 파동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선사해온 나무들이 잘려나간다.
단풍이 곱게 물들던 용두골은 지금 마치 폭격 맞은 전쟁터처럼 참혹하다.

갑자기 베어넘어진 나무들과 보금자리를 잃은 다람쥐와 청설모들,
온갖 숲의 생명들이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 지금 두려움에 떨며 술렁이고 있다.

다행히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라는 이름으로 모인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이 지난 금요일(17일) 오후에 현장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기계톱과 포크레인을 막고, 무리한 벌목작업을 중지할 것을 호소한 덕분에
주말 동안 벌목은 강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결과,
베지 않고 이식하기로 한 나무들, 즉 흰 띠가 묶여 있는 나무들까지도
마구 베어져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이번 벌목작업이 앞산터널 공사 환경영향평가 등의 '약속'도 스스로 저버린,
한 마디로 약속위반이자 불법행위임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다.

베어진 것은 단지 용두골 나무들만이 아니다.
이 상황은 파동 주민들이 그동안 맑은 공기 마시며 살 수 있었던 권리, 즉 환경권과 주거권,
행복추구권까지도 저 나무들과 함께 잘려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재산권마저도 침해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산터널이 뚫리면 그 길이는 4.5킬로미터가 넘는다.
법니산에도 1킬로미터의 법니산 터널이 뚫린다.
합하면 거의 십오리가 넘는 터널이다.

또 파동 주민들이 사는 바로 머리 위로
수십미터 높이의 흉측한 고가도로가 나게 된다.
그런 고가도로 밑의 마을은 더이상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마을'이 아니다.
그런 곳은 머지않아 볼썽사나운 슬럼가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누가 새로 이사할 곳을 찾으면서, 터널 입구의, 또 머리 위로 고가도로가 흉측하게 지나가는
그런 마을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거들떠나 보겠는가.

이것은 단지 몇푼의 피해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이웃과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이 아닌가.
그래야 집을 팔아도 팔 수 있을 게 아닌가.

십오리가 넘는 양쪽(앞산터널과 법니산터널)의 길고 긴 터널에서 흘러나올
매연과 오염분진, 발암물질들은 또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 바람길을 타고 흘러나와 파동 주민들이 사는 이 지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지난 금요일, 벌목작업을 할 때에
고작 포크레인 3대와 기계톱 대여섯 대가 움직이는데도
그 매연이 용두골 일대를 자욱하게 덮어 하루종일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고
앞산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이 말하는 것을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

앞산 용두골과 법니산 사이에 위치한 파동은 이처럼 매연과 오염분진, 발암물질들이
터널에서 나올 경우, 쉽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도 않고
온통 용두골 부근, 즉 파동 지역을 뒤덮는 지형이다.
한 마디로 앞산터널이 뚫리면 파동주민들은 '굴뚝에 코를 박고 사는' 비참한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산다면, 이 지역 아이들이 10년 20년 뒤 건강이 또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파동 주민들이 지금 뜻과 힘을 모아 행동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앞산터널 공사는 아직도 전체 공정의 1퍼센트도 채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뜻과 힘을 모아 용두골 나무들이 더이상 베어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용두골 숲이 더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앞산터널을 막아내고, 우리 주민들의 환경권과 주거권, 재산권을 지켜내야 한다.

대구시와 앞산터널 시행업체는 더이상 주민들을 속이고 분열시키지 말고
앞산터널 공사의 전모를 낱낱이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이번 벌목공사의 경우에도, '주민환경감시단'을 구성하고
그로부터 적절한 감시와 협의를 거쳐가면서 해야 마땅할 것을,
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또 피해보상 협의 및 앞으로의 절차에서 유리한 지점을 먼저 잡으려고
대구시와 업체들이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분명히 베지 않고 옮겨심기로 되어있는 나무들마저도 구분 없이
허겁지겁 마구잡이로 잘라낸 것이다.

지하철 가스폭발사고와 화재참사 등 온갖 대형참사로 얼룩진 상처 많은 도시, 대구
또다시 이런 식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를 묵인하면서도
우리 시민들이 과연 '살아있는' 시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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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성진 2008.11.18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의성에 비해서 댓가를 너무 많이 치르는것 같습니다. 1,700원이면 통행 요금이 너무 비사서 통행차량이 많지 않아 범안로 같이 오랫동안 대구시에서 적자 보전을 해야할것 같으며
    앞산의 훼손이 너무 심해서 앞산을 찾는 많은 시민들이 앞산의 일부를 빼앗긴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름다운 앞산이 퇴색될것 같아서 이 턴널의 공사는 얻느것 보다는 잃는것이 더 많을것 같아 좀더 심사숙고한 후에 하는것이 타당합니다.

  2.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08.11.19 0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습니다. 길을 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을 대구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진정 대구시정의 주인이 누구인데, 머슴이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꼴입니다. 주인 무서운 줄 모르는데 정신 바짝차리도록 해줘야지요.......고맙습니다. 시게시판에 수시로 이런 글을 올려주시면 저들이 정신 차리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ㅎㅎ.

  3. Favicon of http://hee7329@kakao.com BlogIcon 김정숙 2020.12.15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 하세요.
    저도 고향이 대구라서 대구 시민들을 존경하고 좋아 했어요 서울에 40년을
    살다가 대구에 볼일을 보러 갔습니다.오랫만에 갔더니 고향이지만 길도 달라지고 너무 많이 변해서 길을 찾을수가 없어 만나는 젊은 사람들 한테 길을 묻고 또 물었봐도 다 모른다고 합디다.심지어 경찰 차가 지나가기에 손들었더니 이게 무슨 택시인줄 아나 그런 표정으로 지나가고 대구 계시는 분들 서울 오셨어 젊은 사람들 한테 길 한번 물어 보세요 자기 핸드폰 꺼내서 여기가 현위치인데 저기 건너서 어느 어느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하면서 얼마나 친절한지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서울 특별시민과 광역시민의 차이가 이렿게 심하다니 대구가 고향인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