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유출로 '절대 식용불가' 딱지 붙은 봉산리


가을이 한창 여물어가는 10월 이맘때,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는 이 가을을 전혀 만끽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추석 직전에 터진 구미 국가산업단지 안의 불산가스 유츌 사태 때문에 말이지요.


맹독성 불산가스로 인해 인근 농촌의 대부분의 농작물은 말라 죽어버렸고, 그나마 열매를 매단 채로 죽거나, 겨우 살아남은 작물들도 그 열매를 절대 먹을 수가 없습니다. 맹독성 불산에 오염됐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림의 떡'입니다. 아니, '그림의 독극물'들이 매달린 것입니다.


절대 식용불가 딱지 붙은 봉산리



농민들은 지난 여름 저 뙤약볕아래서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 가을 수확철을 맞아, 자식같이 키운 열매 한톨 거둘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니 누군가 모르고 따서 먹고 사고라도 날까봐 노심초사해야 할 판이니, 이곳 농민들의 심정은 어떨런지요?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에도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있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봉산리 박명석 이장의 이같은 탄식은 이곳 모든 농민들의 공통의 그것이었습니다.


정상적인 가을풍경(좌)과 불산가스가 뒤덮은 봉산리 마을(우)가 극적으로 대비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와도 같다.


실지로 정부 당국의 늦장 대응으로 이곳에선 아직 방제작업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곳에는 뿌려진 독극물 불산의 양도 애초에 구미시가 무책임하게 전한 8톤이 아니라, 5톤이나 더 추가 돼 무려 13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까지 공기 중으로, 토양 속으로, 강물 속에 그만큼의 맹독성 불산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침묵의 가을


그렇습니다. '침묵의 가을'입니다. 맹동성 화학물질에 의해 지금 구미시 봉산리와 임천리는 레이철 카슨이 명저로 환경문제의 대명사가 돼버린 '침묵의 봄'이 아닌, '침묵의 가을'이 온 것입니다.


누렇게 익은 것이 아니라, 모두 말라버렸다. 저 뒤의 당산나무까지.


감은 익었으되 절대 먹을 수 없다. 먹으면 안 된다.


그리고 실지로 이 '침묵의 가을'이 농민들의 걱정처럼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불산의 반감기가 10년이어서 앞으로 향후 10년간은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즉 향후 10년간 농사를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가을 풍경. 아직 푸르름이 남은 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완전히 말라버린 벼의 모습. 고엽제가 뿌려진 것과 같다


설상가상 이 '침묵의 가을'은 식수대란 사태까지 불러올 것만 같아 "더욱 두렵다" 합니다. 대구와 구미시민들은 1991년 터진 최악의 수질 참사인 페놀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미와 대구시민들은 이번 불산 사태를 "너무나 두렵다" 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침묵의 가을'을 넘어, 공존의 시대로


레이철 카슨 여사는 자신의 명저 <침묵의 봄>을 통해 서구사회에 화학물질 남용 때문에 '사라진 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를 통해 서구사회가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 생명력 강한 길가의 잡초도 완전히 고사해버렸다.


모든 관목과 열매도 완전히 고사해버렸다.


그렇지요. 이번 구미 사태 또한 비록 농민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컸지만, 이곳 봉산리의 '침묵의 가을'은 우리사회에 여러가지 시사점을 전해줍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통해 이 나라도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과 환경문제에 대한 전국민적인 경각심을 가질 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래서 이 대자연과 우리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하루 속히 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침묵의 봄'과 '침묵의 가을'은 이제 그만 끝을 내야만 합니다. 봄의 설레임과 가을의 풍성함이 없으면 우리 인류는 살아갈 아루런 재미와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침묵의 가을'은 이제 두번 다시 오면 아니 될 것입니다....  



 

 

 

마치 고엽제가 뿌려진 듯 완전히 고사해버렸다. 죽음의 재가 뿌려졌다.

 

살아있는 가을 풍경이다. 지금 봉산리에서 봐야 할 모습은 이와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 위 사진과는 완전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살아있는 가을 풍경이다. 지금 봉산리에서 봐야 할 모습은 이와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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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oodhill@hanmail.net BlogIcon 오즈메이드 2012.10.11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남전쟁때 미국이 월남에다 고엽제를 뿌렸던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10년을 넘게 농사를 못지을것이고 사람들한테도 상당한 피해가
    있을것입니다. 사람들의 건강도 안전하지가 못할것입니다.
    한동안은 구미에서 생활을 하는것도 안전하지가 않겠지요?

  2.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2012.10.11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참혹하군요. 죽음의 도시가 따로없네요;

  3. Favicon of http://lanxesskorea.co.kr/100 BlogIcon 랑세스 2012.10.11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떤한 조치가 이뤄져서 그 슬픔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포스팅 잘봤습니다. 추천드리고 갈게요

  4. 수학 계산 2012.10.11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감기가 10년이면 불산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땅에 잔류된 불산은 비가 오면 씻겨 나가는지요? 남아 있게 된다면 방사능 수준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요?

    •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12.10.12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구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고 계신다는 것이고요. 지금 민관합동조사단이 만들어져 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 바보 2012.10.11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잡초가 아니라 들깨에요 ㅎ

  6. Favicon of http://standardchartered-goodstory.com/ BlogIcon goodstory 2012.10.29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봉산리와 임천리의 침묵의 가을이 안타깝습니다.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