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팔공산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4대강사업으로 망가져가는 4대강의 모습을 기록한다고 낙동강을 줄기차게 돌아다녔는지라 오래만에 만나는 산의 모습은 무척 반가웠고 정겨웠습니다.

그리고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느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이겠지요.


9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산은 어느새 야위어가며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푸르던 잎사귀는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가을물'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쾌하며 투명하게 들려오는 계곡물소리. 그 청아한 소리는 늦더위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또 도심에 찌든 영혼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산 곳곳에서 만나는 작고 낯선 존재들. 그들과의 대면은 언제나 반가우면서 신기함을 넘어 신비감에 휩싸이게도 됩니다. 가희 '신의 숨결'을 느낀다 할까요? 마치 신은 그 존재들을 통하여 자신을 이 세상에 각인시키려는 듯합니다.

그 작고 낯선 생명들은 우리가 산과 강, 우리 산하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이유를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 낯설지만 우리와 함께 이 지구별에 공존하는, 그 작은 존재들을 만나봤습니다.


노란망태버섯입니다. 노란망토 치마를 두른 송이버섯이라 해야 할까요?

그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신기합니다. 두어시간 망토를 펼쳤다가는 이내 접어버린다 하더군요. 그래서 망토을 저렇게 활짝 펼친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꽃송이 안에 밥알 두쪽을 간직하고 있는, 이름도 정겨운 며느리밥풀꽃입니다.

말로만 듣던 저 밥풀꽃을 처음으로 팔공산에서 만났습니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으라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민달팽이입니다. 처음 녀석을 보았을 때 참 많이 놀랐습니다. 이런 달팽이도 있구나 하구 말입니다. 달팽이는 모름지기 껍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참으로 낯선 달팽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녀석을 산에서 만나면 등산로를 다니는 제 발걸음이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인간의 발길로 딱딱해진 길은 녀석들에겐 건너기가 무척 어려운 길이요, 생존의 갈림길이기 때문입니다.   


물봉선입니다. 물가에 피는 봉숭아꽃인가요? 꽃모양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어떻게 저런 모양으로 꽃이 필 수가 있을까요? 그리고 대부분은 물봉선은 분홍빛인데, 요 녀석은 노란빛을 간직하고 있네요.  


계곡에 활짝 핀 물봉선 무리입니다. 물빛과 조화를 이루면서 참 잘 어울립니다.


롱다리 산거미입니다. 다리 길이가 몸통의 몇배는 되어 보입니다.


도시에선 사라진 두꺼비도 산에선 이렇게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놀란 두꺼비가 힘차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낯설고 작은 존재들이 산에는 자연에는 '아직' 이렇게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이 아직 살아있음을 증거하고 있고, 우리와 이 지구별을 함께 살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태맹인 우리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산으로 강으로 자연을 찾을 일입니다.

이들과의 공존의 길,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이들과의 공존의 길을 위해서도 4대강 삽질이나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야만의 정책들은 철회되어야 할 것입니다. 꼭!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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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울림 2011.08.31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멋진 친구들이네요
    말씀처럼 신의 숨결을 느끼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www.giftbyoccasion.com BlogIcon thank you gifts 2011.09.08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처럼 신의 숨결을 느끼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www.howtopod.com/how-to-get-rid-of-armpit-stains BlogIcon how to getrid of armpit stains 2011.09.23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일치기로 크게 무리하지 않고 걸을수 있는 둘레길인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 손잡고 누런 들녁과 단풍들을 보며 걷는 나 혼자만의

  4. Favicon of http://www.forex-managed-accounts.co/ BlogIcon managed account 2011.09.24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처럼 신의 숨결을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