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장수군 계남면의 한 산촌마을로 귀농한,  정유생 이필재 부부의 농가를 방문하여 그들의 귀농살이를 옅보고 왔습니다.

이들 부부와 네 자녀들이 사는 모습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하고,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귀농살이를 간략히 소개해 봅니다.

귀농,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신념에 따라 살고 있는 듯했고, 이들과 같은 이들이 많이 나와야 농촌이 변하고, 세상이 좀더 나은 곳으로 변할 것도 같습니다.  - 필자 주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버섯 모양의 집


자그마한 야산의 중턱에 자리한 정유생 이필재 부부의 집으로 향하는 길은 정겨웠다. 봄기운이 완연해 날은 참 따사로웠고, 하늘과 들판에도 봄기운이 넘쳐났다. 큰길에서 마을로 접어드는 소로를 따라 산 중턱으로 오르니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길은 질퍽거린다. 미끄러운 진흙길을 봉고차가 힘겹게 올라가니 저 앞에 꼭 동화에서나 봄직한 송이버섯 모양의 집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그곳은 바로 정유생 이필재 부부와 이들의 네 공주 하현, 우현, 현빈, 현중이 살고 있는 집이다.


▲ 꼭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생각이 드는 송이버섯 모양의 흙집. 이필재 씨가 직접 지은 흙집으로, 모든 재료를 현지의 나무와 흙으로 조달했다고 한다. '목천' 식의 흙집이라고 한다. 


아랫 마을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실제 이들만의 소왕국인 듯했다. 사랑채와 세 채의 집을 이어붙인 본채가 아담하고 정겹다. 본채 뒤로는 잎을 떨군, 쭉쭉 뻗은 자작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그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마침 뭉게구름도 뫼 山자를 그리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이곳이 ‘산의 영역’임을 우리에게 가만히 말해주는 듯도 했다. 산에 든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 산촌에서 우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눈망울이 꼭 '콩알'을 닮았다 하여 일명 ‘콩이’라 불리는 강아지였고, 이어 차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네 공주들이다. 12살, 10살, 8살, 5살의 네 공주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낯선 방문객들을 맞으며 전혀 거리낌 없이 안겨온다.


 

아이들은 자연이다

일행이 방문한 날이 평일인 월요일이었는데, 아이들은 집안의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그들만의 놀이에 열중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랬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이른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용비디오를 함께 시청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익히고, 자연과 벗하며 논다. “아이들은 자연이다”란 명제에 충실하려는 듯, 네 아이들은 서로를 벗하며, 산 속을 뛰어다니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 세째 현빈이가 공책에 한참 뭔가를 그리더니 들어 보여준다(위). 둘째 우현이가 배운 가야금 솜씨를 뽐내고 있다(아래). 이날 둘째와 첫째는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가야금 솜씨를 낯선 손님들에게 멋지게 선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정유생 씨는 기어이 냉면을 삶아 내어놓는다. 여름에 더 인기가 있어 냉면은 여름에만 먹는 줄 알았더니, 실은 겨울음식이라는 냉면을 겨울의 끝자락에 먹어보는 맛이 일품이다. 정성스럽게 말아 올린 칡냉면이 먹기에 다소 아깝게도 보인다.

 

일곱이나 되는 방문객과 여섯 식구의 점심을 차리는 일이 귀찮을 듯도 하건만, 정유생 씨는 냉면을 풍성히도 내어놓는데, 그녀의 넉넉함 마음자리가 표정에도 역력하다. 농촌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니, 귀농한 이들 부부의 집에서는 그 넉넉한 시골인심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유리창으로 펼쳐진 자연을 완상하며 먹는 냉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그 자연에 감사함이 절로 우러나온다.


▲ 냉면 사리를 빼고는 모두 손수 농사 지은재료로 만든 비빔냉면이다 


'소농공동체'의 신념으로 사는 부부


식사 뒤 보이차를 우려내면서 이집의 가장인 이필재 씨는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이 줄곧 주장하는 ‘소농공동체’와, 천규석 선생의 ‘윤리적 소비’를 이야기하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달하고, 이상기후가 속출하고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삶의 방식은 전혀 가능하지 않고, 곧 환경위기 식량위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 위기를 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다.


그렇다. “석유가 농사를 짓는다” 할 정도로 현대의 농업은 기계농에 의존한 대규모 영농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것은 농촌에 사람이 없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규모 기계농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농 육성 정책은 석유가 고갈되면 ‘도로아미타불’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대규모 영농방식은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필재 씨의 언급한 것처럼 ‘소농공동체’가 필요한 이유고, 귀농 인구가 더욱 늘어야 하는 이유다.


▲ 가장인 이필재 씨가 차를 우려내고 있다. 왼쪽이 첫째 하현이, 정유생 씨에게 안겨 있는 녀석이 막내 현중이.


그의 달변은 교육 문제로 정치 문제로 그리고 공동체의 문제로 점점 이어진다. 돌아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세상 문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을 터이다. 하지만 잠시 나눈 대화에서도 이들 부부는 참 신념에 찬 이들이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그 신념에 따라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와 농촌의 공생을 위하여


이들 부부는 현재 “밭 일천평 정도에 농사를 짓고 있고, 올해는 논도 빌려 나락농사도 지으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밭에서 생산한 유기농 생산물은 도시의 지인들과 ‘공동체지원농업’(CSA) 방식으로 나눈다고 한다. 일정한 생산비를 도시의 지인들이 미리 보내주면 철따라 생산되는 농작물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지붕 위에 옹기를 이어붙인 굴뚝이 참 독특한 것이 예술적이다. 한폭의 그림이다.


도시에 살면 역시 우리 삶의 근본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도시에서의 우리네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려 하는 우리들이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전혀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한다.


▲ 생태 화장실의 모습. 집안엔 화장실이 없고, 이렇게 바깥에 나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두들 이들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 살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절충안으로 이들과 같은 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터이다. 앞서 소개한 'CSA(공동체지원농업)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들과 같은 귀농인들이 점점 많이 나와 이들과 같은 삶의 방식이 대세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생해야만 하는 이유다. 


▲ 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의 이들 부부의 흙집


'버섯 궁궐'에서 나온 네 '공주'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아쉬웠다. 다시 그들만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분출된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고 저 대도시로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차창으로 보이는 그들의 ‘궁궐’이 참 부러웠다.



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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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1.02.27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방식의 귀농이군요.
    여러가지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estopprematureejaculation.com/ BlogIcon stop premature ejaculation 2012.01.10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我会这2种类型的人:目前的Zune业主正在考虑升级的审查,和人们试图决定一个Zune和iPod之间。 (有其他球员一样了索尼Walkman X,有值得考虑的,但我希望这给你足够的信息,作出明智的决定以及iPod产品线以外的Zune VS球员)。

  3. Favicon of http://blackpumpsequestration.com BlogIcon 김성환 2012.01.15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박 겉 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