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이원수

울타리 밖에선 해바라기는
갓 났을 때부터 버림받았다
꽃밭에 물주는 누나도
이까짓게 꽃이냐고 본체만체
뜰 쓸던 할아버지가 몇번이나
빼버리려다 두셨다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혼자 외롭게 자랐건만
커다란 아주 커란 꽃이 폈구나
언니보다 더 큰 키
부채보다 큰 잎새
그 위에 쟁반 같은 황금꽃은
화초밭이 왼통 시드는 날도
해님을 쳐다 보고 웃고만 있네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내 동무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해님의 아들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 낙동강서 만나다

이원수 선생의 동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동요 해바라기, 그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해바라기가 마냥 그리워집니다.
이쁘지도 유용하지도 않아서 누나나 할아버지에겐 버림받고 홀로 자란 그 해바라기, 그러나 결국 아름다운 황금꽃을 피우고선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는 해님의 아들이고, 내 동무라고 노래하는 그 해바라기,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해바라기가 무척 보고싶어 집니다.


그 동요는 우리집 아이들도 좋아하는 곡이라, 며칠 전 부모님댁에 가던 길에 차 안에서 들었던 그 곡을 온 식구가 함께 따라 부르면서 합창을 한 적도 있습니다. 6살, 4살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해바라기를 부르는 차 안엔 온통 해바라기의 그 황금가루가 가득 날렸지요.


그리고 며칠 뒤 그 그리운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를 직접 만났습니다. '낙동강 순례길'에 들른 달성습지, 그 야생의 공간 달성습지가 시작되는 둑방에서 해바라기를 만났습니다. 홀로 피지 않고, 더불어 핀 그 황금꽃을 나비들이 열심히 꿀을 따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곤 노랫말과 달리 함께 피어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혼자 웃었더랬습니다.



달성습지를 사랑한 해바라기, 슬피울다


활짝 핀 그 해바라기 너머로 달성습지의 원시림이 한껏 펼쳐져 있습니다. 그 야생의 공간이 살아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초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달성습지를 해바라기는 등을 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랑싸움에 토라진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런데 달성습지의 원시림을 등지고 선, 그 해바라기는 왠지 슬퍼보입니다. 그 황금빛 얼굴을 숙이고 울고 있는 듯도 보입니다. 그랬습니다. 해바라기는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숨 죽여 조용히 울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하는 저 달성습지가 언제 다칠지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달성습지가 가여워 그렇게 흐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대구 달성군 부근에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입니다. 낙동강이 금호강을 사랑하여 낳은 자식이 바로 달성습지이지요. 낙동강과 금호강이 서로 뒤영겨 억겁의 세월을 사랑하여 만들어놓은 자식이 바로 달성습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달성습지가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그 끔찍한 4대강 토목공사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4대강사업과 연계해서 이곳에 '에코워터폴리스'란 요상한 이름을 붙여서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달성습지가 자리잡은 화원유원지 일대와 인근 다산면을 이어서 수상카지노를 비롯하여 대단위 레저타운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최근 미투자은행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고 합니다. 


낙동강과 금호강의 아들인 이곳 달성습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도륙을 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지금 울고 있는 것입니다. 그 도륙의 현장을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질 않아서 고개마저 돌리고 울고 있는 것입니다. 숨 죽여 울다가 그 슬픔을 주체 못하고 어깨마저 들썩이며 울고 있습니다.

해바라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둑방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해바라기의 울음이 들리는 듯도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랑하는 임을 향해 울고 선 그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의 슬픔에 전념된 것인가요? 그를 따라 함께 흐느낍니다. 슬픈 풍경입니다.


달성습지의 연인, 해바라기는 그렇게 한슬픔을 머금고 점점 고개를 숙이며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울면서 간절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바로 그의 연인을 구해줄 그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듯 몸을 가만히 흔들면서 하념없이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달성습지와 그의 연인 해바라기는 벗들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지켜줄 그 누군가를 애타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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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달서구 신당동 | 달성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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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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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oramirang.tistory.com BlogIcon Boramirang 2010.09.01 07: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부대운하 음모가 드러난 이상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은 허구로 사기행각 외 더도 덜도 아닙니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인간과 집단들이지요. 나라가 어떻게 이 모양으로 변했는지 정말 국민들이 정신차려야 합니다. 취재하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10.09.01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이 정말 거꾸로 가도 어떻게 이렇게 더럽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온 국토늘 절단내어놓는 이명박정권에 정말이지 치떨리는 분노를 느낍니다....

  2.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9.01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4대강 사업은 대운하 건설이었군요.
    거짓말 사기를 점철된 정부이군요.
    환경파괴는 자손 대대로 피해를 주는 대형 범죄입니다.

    •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10.09.01 15: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간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강행하고 있는 이 정부가
      4개강사업에 대한 정당한 시위를 한 것을 불법이다며 잡아가두는 세상입니다.
      정말 역겨운 정권입니다.....

  3. 아침 2010.09.01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아름다운 달성습지가 다친다구요.
    4대강사업이 삽질이라더니 저 아름다운 습지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군요.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4. 미리내 2010.09.01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상카지노..대단위 레져타운...에라이 ㅁ ㅊ ㄴ들 저위대함을 똥통으로 만든다고????아이고 세월아 네월아 어서 어서 가거라

  5. 들풀 2011.05.29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철따라 뚝방길에 대구시에서 심어 놓은 것입니다. 자연적인게 아니라 보기 좋으라고 인공적으로 다듬어 놓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레저타운은 다산면과 화원쪽에 생깁니다. 달성습지에다 세우는건 아니고요~ 단지 다산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목재데크 탐방로 등이 달성습지 위를 가로 지르는 구상을 하고 있네요. 똥통이 될지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위대함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완전히 사라져야 자연의 위대함만 온전히 남겠죠? 뚝방길이나 탐방로나 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있고자 만드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