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 달비골 초입의 상수리나무숲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 ⓒ 앞산꼭지
 

김윤성 시, 한동헌 곡, 김광석 노래 - ‘나무’


김광석이 부른 <나무>란 노래를 참으로 오랜만에 듣습니다. 이 곡은 들을 때마다 작지 않은 울림이 있습니다. 김광석의 독특한 창법과 음색이 더해져서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가슴 속을 흐르는 무언가가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 깊은 느낌의 ‘원류’를 찾아보니, 이 곡의 가사는 원래 김윤성이란 시인의 詩라고 하더군요. 시인의 이 기막힌 시어에다가 작곡가 한동헌 씨가 곡을 붙이고, 그것을 김광석이 불러 히트한 것이지요. 역시 시인이 저 ‘뿌리 밑에서’ 길어 올린 시어에 담긴 그 깊이가 김광석의 목소리로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기에 그토록 큰 울림을 주는 것인가 봅니다.

대구 앞산 달비골 초입의 상수리나무숲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 ⓒ 앞산꼭지

참 좋은 곡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작가는 이 곡을 듣고는 ‘자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자뻑’과는 다른 의미의 ‘자기 황홀’에 대한 감상을 한참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 곡은 많은 이들에게 ‘황홀한’ 사랑을 받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물론 김광석의 노래는 그의 슬픈 음색 때문에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96년 그가 생을 마감한 이래로 아직까지도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받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만큼 그의 노래는 큰 감동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청중을 전율케 하는 김광석의 노래


92년도 한 음반가게의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 <거리에서>를 듣고는, 그 자리서 전율케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때부터 김광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임종진 씨는 작년에 낸 그의 사진에세이《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램덤하우스, 2008)에서 김광석의 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노래는 지금 더 울림을 주고 있다. 우리는 점점 새로운 것, 특별한 것, 부자 되는 것, 경쟁하는 것 등에 빠져들고 있다. 이것에 잘 맞춰야 ‘세상을 잘 산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의 가치를 얘기하고 있다. 그는 소소하고 평범한 것의 가치를 몸소 들려준 가수다”


그렇습니다. 그의 말처럼 김광석은 일상의 소소한 소재에서 발견하는 평범한 가치를 노래해왔고, 그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감성이 대중의 정서를 파고든 것이겠지요. 물론 거기엔 그의 독특한 창법과 음색이 한몫을 한 것이구요.   

김광석이 노래하는 ‘나무’


그런 그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 이 <나무>란 곡이 오늘 새로운 울림을 줍니다.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를 보며 / 눈부신 햇빛과 개인 하늘을 나는 잊었소 / 누구 하나 나를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소 / 한결같은 망각 속에 나는 움직이지 않아도 좋소 /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소 /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 하오 / 서러운 것이 내게는 없소 / 누구에게 감사받을 생각 없이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오 /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하오 /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펴려 하오”


비오는 숲속에서 본 나무의 고고한 모습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된 이가 아무도 부러울 것도 없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도도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에 완전히 반하고선 자신도 그와 같이 황홀한 자아에 도취되어 이렇게 노래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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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앞산 달비골 초입의 상수리나무숲의 일부 ⓒ 앞산꼭지

김광석의 '나무'와 앞산의 상수리나무숲


오늘 김광석의 이 전율스러운 곡이 저의 가슴 속으로 온전히 들어와 후벼 파는 것은 며칠 전 이렇게 황홀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들을 만나고 와서일 것입니다. 그 나무들은 바로 대구 앞산 달비골의 상수리나무숲에서 본 나무들입니다. 이 울창한 상수리나무 군락은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는데요. 쭉쭉 뻗어있는 상수리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있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상수리나무는 흔히 참나무라고 불리지요.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들은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길참나무, 상수리나무 이렇게 여섯 종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크고 실한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가 바로 이 상수리나무이고, 가장 크고 울창하게 자라는 나무 또한 이 상수리나무인 듯합니다.

상수리나무의 껍질, 코르크마게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 앞산꼭지

이 상수리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진 숲은 앞산 달비골 초입에 있어서 이곳을 찾는 수많은 등산객들에겐 참으로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의 초입에서 이렇게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리는 곳은 많지 않은 까닭입니다. 상수리나무 군락 사이로 난 등산길로 산을 오르면 시원하게 자란 이 나무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상쾌한 기분을 만들어주면서 말입니다.


벌목의 공포로 떨고 있는 나무 


그런데 이 멋진 상수리나무 군락의 명운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울창하고, 생태학적으로도 귀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는 이 숲은 곧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바로 ‘몰염치한’ 민투사업인 앞산터널공사로 인해서 이 숲의 벌목작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 앞산 달비골 초입의 상수리나무숲 입구에 서 있는 산신 장승, 그 옆에 최근 마을학교 아아들이 만든 애기장승이 섰다 '산신'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앞산은 살고 싶다" 함께 외치고 있다 ⓒ 앞산꼭지

지난 2월말 일명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들은 수많은 문제를 안은 채 강행되는 이 부도덕한 민투사업을 막아보려 거의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부었으나, 이명박식 불도저 행정을 닮은 대구시정은 대구시민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고, 현재 공사는 착공이 되어서 앞산을 야금야금 뚫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비골 1차 벌목에서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흘렸던 눈물이 아직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또다시 대구 앞산의 아니 이 나라의 소중한 생태자원의 보고인 이 상수리나무숲이 자본의 거대한 아가리에 그대로 처넣어질 운명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달비골의 달이 머무는 작은 못인 '월곡지' 제방에서 내려다 본 모습, 흔날리는 코스모스 너머로 포크레인이 땅을 파헤치고 있다 ⓒ 앞산꼭지

그래서 오늘 김광석의 <나무>가 새롭게 들려옵니다. 마치 달비골의 상수리나무들을 위한 진혼곡처럼 말입니다. 어두운 색조의 김광석의 목소리는 오늘 묘한 분위기를 피우면서 제 가슴을 울려옵니다.


탐욕의 민투사업, 제발 이젠 그만!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어야 하는지요? 명백히 잘못된 교통수요 예측의 터무니없는 민투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현실을 접하고 있습니까? 대구의 앞산터널사업 또한 대구시민들의 혈세낭비에 더해서 국가적으로 소중한 생태자원인 상수리나무숲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구 앞산 달비골 초입의 상수리나무숲에서 만난 다람쥐 ⓒ 앞산꼭지

얼마나 더 어리석어야 하는지요? 얼마나 더 수많은 생명들을 쓰러트려야 하는가요? 일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져야 하고, 그 숲속의 생명들을 벗하면서 살아온 수많은 시민들의 소중한 자연 공간을 잃어야 한단 말입니까?


그 상수리나무들이 벌목의 공포에 지금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습니다.

너무 슬픈 날이네요. 지금이라도 이 망나니와 같은 ‘토건족’들이 철좀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앞산 천지신명께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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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앞산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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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을남자 2009.10.29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광석이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있었군요.
    숨어있던 명곡인가, 너무 멋진 곡이군요.
    나무들의 예찬, 잘 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09.10.29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김광석의 노래는 대부분이 좋지만,
      특히 저는 이 곡을 좋아합니다.

      '나무'를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본 계기가 된
      노래라고나 할까요. 암튼 멋진 곡입니다.

  2. Favicon of http://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09.10.31 0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김광석씨 노래 좋아합니다.
    특히 "일어나"
    자연의 나무 숲이 보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이 능사는 아니데 말이지요.
    개발하더라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개발 할수도 있을텐데요.

    • Favicon of http://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09.11.01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무만큼 모든 생물들에게 이로운 존재가 잘 있을까요?
      이런 존재들을 우리가 더욱 아끼고 사랑하고
      보존해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언제 우리의 상식은 바로 설 수 있을지........

  3. 2009.11.01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09.11.01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발 만능주의가 낳은 폐해라고 봅니다.
    그리고 나무와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거지요.
    이곳 카사블랑카도 도로 정비한다고 오래된 가로수들을 모두 뽑아버려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 Favicon of http://lovechild.tistory.com BlogIcon 해피버그 2009.11.02 2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사람들은 생태계가 보존되어야 우리도 살수있다는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