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천 회룡포 안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인 일명 '뽕뽕다리'를 지나 순례 참가자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낙동강 순례, 우리 강의 원형을 찾아나선 길
우리에게 지금 강은 무슨 의미인지요? 어린시절 친구들과 멱 감으며 뛰어놀던 그 강은 지금 어디 있는지요? 어리석은 질문들인가요?....물론 강은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 놀던 그 강이 아닐 뿐, 그래서 우리들이 서서히 그들에게서 멀어졌을 뿐.
어린시절 저는 금호강이 흐르던 대구의 한 변두리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그 시절 금호강은 어린 우리들의 주된 놀이터였지요. 그곳에서 멱을 감고, 고기를 잡고, 습지를 탐험하면서 보낸 그 시절이 요즘도 꿈에 간혹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나 추억은 꿈 속에서만 흐를 뿐 지금의 금호강으로 그 시절의 기억들을 찾으러 가진 못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금호강이 그 시절의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하여간 그렇게 강과의 인연은 끝이 나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즈음,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그 시절의 강을 찾아 길을 나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왔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우리 강 본연의 모습을 저 4대강 사업의 날카로운 삽날이 모두 절단을 내놓기 전에 그 모습들을 보듬어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다행히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강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해서, 저는 기꺼이 길을 나서본 것이었습니다. 강의 원형을 찾아 나선 순례길, 바로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입니다. 강을 따라 함께 걷는 그 순례길에서 저는 어린시절의 강을 다시 찾았을뿐만 아니라 우리 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느끼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불혹에 가까운 제 인생살이에서 그동안 다녀 본 그 어떤 여행보다도 값진 여행이었고, 아름다운 여행길, 아니 순례길이었습니다. 순례길, 그렇습니다. 우리 땅의 젖줄이자, 국토의 핏줄인 강의 시원을 찾아가는, 그리고 그 길에서 잃어버린 우리들의 그 무엇을 발견하는 바로 그 순례의 길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례엔 멋진 길잡이가 한분 계습니다. 벌써 지난 봄부터 낙동강을 따라 몇 차례나 홀로 걸으면서 이 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낙동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이 멋진 순례 코스를 만들어놓은, 바로 지율 스님입니다.
스님이 안내하는 그 길을 따라 걸어 보면, 4대강사업이 왜 터무니없고, 문제가 많은 사업인지를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 분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길에서는 낙동강의 ‘숨결’을 고스란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한 겨울의 추위에도 그 강에 몸을 담그고 하나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스님이 안내하는 그 순례길을 따라 걸으며, 4대강사업의 ‘몰상식’을 확인하고, 그리고 낙동강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우리 강의 아름다움을 느끼러 길을 나서보겠습니다. 그 길은 상주시 중동면 강창교에서 시작되어 안동의 마애습지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누가 ‘아바타’를 보니, 4대강이 떠오더라고 해요, 그런데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만 봐도 '4대강'이 떠올라요. ‘아바타’를 본 그 1,000만이 4대강을 볼 수만 있다면 … ” 스님은 바로 이런 마음으로 이 순례길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강창교와 상주보 건설 현장
낙동강 86개 다리 중에서 가장 낮은 다리로, 일명 ‘물과 함께 걷는 다리’로 불리우는 강창교에서부터 순례길은 시작됩니다. 바로 물 위에 떠있는 듯이 느껴지는 강창교을 건너 저 멀리 제방을 보면 덤프터럭들이 쉴 새 없이 내어 달립니다. 바로 상주보 건설현장입니다. 47미터의 상주보 공사는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상주보 건설현장에서는 수십대의 포크레인이 모래를 파내고 있고, 긴 트럭들의 행렬이 뒤로 보인다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래 낙단보 공사장에서와 같이 이곳 상주보 공사장에서도 모래를 퍼내니 암반이 나왔습니다. 모래와 흙을 퍼내는 것을 보면 살과 피부를 도려내는 것 같은데, 새로 나온 저 암반을 깨는 것은 마치 제 뼈를 긁어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상주보 건설현장에 드러난 암반층, 한편에서 포크레인으로 암반을 깍고, 한편에서 아주머니들이 무엇이 나타났는지 조심스럽게 뭔가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스님은 낙동강의 상당부분이 이런 암반 지형일 거라 하면서 멀쩡한 암반들이 보 때문에 쪼개지고 부셔지는 현실에서 마치 자신의 뼈가 갈리는 아픔을 느끼는 듯 너무나 안타까워했고, 그런 안타까움으로 공사현장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이 사업의 이면의 실상을 밝혀내고 있었습니다.
'오리섬'의 비극
상주보 현장에서 길은 이른바 ‘자전거길’로 이어지는데, 그 경사가 꽤나 높습니다. 이런 경사에 과연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만큼의 이상한 길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하여간 그 요상한 길을 따라 걸어 도달한 곳은 ‘청룡사 전망대’입니다. 그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가희 절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절경지 안에서도 또한 비극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오리섬’이라고 부르는 꽤나 넓고 아름다운 모래섬이 그 운명을 달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있고, 꽤나 많은 고라니가 뛰어놀고 있었다던 그 자연의 섬에서 이제 생명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이야기합니다. “오리섬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드라마 <상도>를 꼭 다시 보세요”고 말입니다. “'오리섬'이 얼마나 아름다운 섬이었는지 아느냐” 면서 말이지요.
그랬습니다. 드라마 <상도>의 세트장은 바로 그곳에 위치해 있었고, 당시 촬영의 많은 부분을 저 오리섬 일대에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계속 걸으면 산의 오른쪽 절개면에 이상한 모습의 지형이 다시 나타납니다. 암반 안에 자갈돌이 알알이 박힌 모습입니다.
그 모습을 가르키면서 스님은 이곳이 태고적엔 바다였을 거라고 하더군요. 태고적의 지반이 융기하면서 바닷가의 자갈돌들이 이렇게 알알이 들어와 박혔을 거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거의 지질전문가가 된 스님의 모습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 암반층을 보면서 지율 스님이 이곳 지형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자연을 역행하는, 지천의 인공수로화
장마을이란 전통식당에서 점심을 한 후에 버스로 이동하여 다다른 곳은 낙동강의 지천인 '공덕천'입니다. 이곳 공덕천의 모습을 통해서 바로 낙동강에 들어서는 보가 주는 문제의 핵심을 또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류인 이런 지천들도 모두 이렇게 수로공사를 해서 더 깊게 파내게 되는데, 이것은 보로 인해서 물이 역류할 경우를 대비한 공사라고 합니다.
▲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지천인 공덕천의 수로공사가 한장이다. 물길이 역류할 것을 대비해서 더 깊게 파내고 있고, 우측에는 범람시를 대비한 저수장을 설치하는 공사를 할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강물이 지표(논)보다 높게 흐르게 된다
보로 인해서 지천도 항상 인근의 논밭보다 수위가 높은 이상한 모양을 하게 되고, 장마나 홍수 시에는 반드시 역류하게 될 물을 퍼내기 위해서 배수장까지 새로 만들고 있다는 정말이지 황당한 사실에 다들 아연실색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연이 스스로 해주던 하천관리를 인공수로를 만들어 인공하천으로 만드는 이런 방식이 바로 4대강 사업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4대강은 청계천이 아니란 사실인데, 모든 강을 청계천화시키려 하고 있으니 이런 황당한 일도 없습니다.
삼강과 회룡포
무서운 음모와도 같은 공덕천의 정비 현장을 뒤로 하고, 마지막 남은 주막으로 유명한 ‘삼강주막’이 있는(지금은 요상한 공원이 되어있는) ‘삼강’에 다다릅니다.
이 삼강는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안동천 또는 반변천이라고도 합니다)과 구룡산에서 발원한 내성천 그리고 문경 대미산에서 발원하는 금천 이렇게 세개의 강이 만나는 강이란 뜻에서 '삼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세 발원지의 신비한 기운마저 감도는 그런 곳인 듯했습니다. 그리고그렇게 잠시 ‘삼강’의 기운을 느껴 보고 다다른 곳은 낙동강 하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곳 중의 한곳인 바로 그 유명한 내성천의 '회룡포'입니다.
“용이 비상(飛翔)처럼 물을 휘감아 돌아간다” 하여 이름 지어진 회룡포는 예능프로인 ‘1박2일’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곳입니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서서 바라보면 강이 정말 살아있는 존재의 일부임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우리 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성천
전망대에서의 놀란 눈을 추스르고 강으로 내려와서는 회룡포 안 마을로 접어듭니다. 일명 ‘뽕뽕다리’라 불리는 재밌는 다리를 지나면 넓은 모래톱을 직접 밟을 수 있습니다. 순례길에서 강과의 첫 접촉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모래톱은 순례 참여자들에겐 꽤나 반갑고 진기한 존재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님은 이곳에서 강의 소리를 들어보라시며 명상의 시간을 권합니다. 그래서 다들 함께 묵상하면서 강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강과의 소통의 시간이었을까요?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에 떠는 강의 소리를 들은 듯도 합니다.
그렇게 강의 소리를 들으며 모래톱을 빠져나와 마을로 들어서면 이미 예전 마을의 모습을 잃어버린 ‘새마을’이 나타납니다. 별 감흥이 없는 그 마을을 그대로 지나쳐서 내성천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가닿은 내성천의 물길은 내성천이 왜 스님께 그렇게 편애를 당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순례객들 중에서는 이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강에 걸어들어가 강과 완전히 한몸이 되고자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아마도 한겨울의 시린 차가움보다는 발목을 감싸는 핏줄의 뜨거움과도 같은 내성천의 은총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성천에서 흘러내린 감동을 주워 담고는 낙조가 내린 내성천을 떠나 숙소가 있는 안동으로 넘어갑니다.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하회 황토 건축학교'에서 여장을 풀고는 모든 순례객들이 둘러 앉아 서로 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그날의 순례에서 느낀 바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인 “흐르는 강, 흐르는 마음 나누기”를 하게 됩니다.
이 시간은 영주댐 반대 시민대표인 영주 성공회 천경배 신부님이 진행을 하시는데, 신부님의 세심한 배려로 전국에서 모인 순례객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누고, 낙동강을 위해서 4대강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순례에서 무엇을 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교감의 장을 넓혀갑니다.
특히 이날은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이자, 최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의 수신료 거부운동을 촉발시킨 바 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하셔서, ‘4대강’을 지키는 일에 대해 순례 참여와 같은 작은 실천을 통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지율 스님 또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4대강사업의 검은 내막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두 분의 짧은 강연은 그자체로 귀한 시간이었는데, 하여간 그에 대한 소개는 다음 차례에 좀더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여간 그래도 순례에 참여하는 이런 희망의 기운들로 인해서 '4대강'이 위로를 받고, 더 나아가 이런 희망의 싹으로 인해서 진정으로 우리의 산하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해보면서 순례 하루의 일정을 이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지율 스님과 박원순 이사님의 강연 내용과 낙동강의 원류격인 안동 일대의 하회마을과 병산습지 등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이튿날 일정을 다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낙동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주십시오"란 문구가 새겨진 손수건을 둘러친 한 순례객의 간절한 바람이 저 하늘에 가닿기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신청
---> 카페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http://cafe.daum.net/chorok9/FyTT/19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버튼 한방은 이 기사를 보다 널리 퍼지게 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힘껏 누질렀습니다.
사진이 쓸쓸합니다.
4대강 사업의 비애인가요?
안개 낀 풍경이 원래 쓸쓸해 보일 것인데,
4대강의 비애까지 더해지니까 더욱 그러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이곳의 풍경은
깊은 아름다움을 전해줍니다.
지긋히 누지르는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이번주에 촌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왔는데요..
기회되면 꼭 참가해보겠습니다~
편안한 주말보내세요.. 꼭지님~
2월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로님도 가셔서 낙동강의 숨결을 느껴보고
고스란히 담아오시길........
꼭 그럴 가치가 있는 순례길이 될 것입니다.
맑은물 2010/02/08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대강은 앞산에 비할 바가 아닌 엄청난 일이지요,
그런데 그 모습을
티비로 인터넷으로, 직접 달성습지 공사현장을 둘러 봐도
마음에 굳은살이 배긴 듯, 좀 멍~~합니다.
어쩌면 좋을까 싶어요.
앞산보다 훨~씬 더 큰 괴물이 꿈들대는데 나는 한마리 작은 개미같아요.
아자아자 힘을 내고 싶어요.
아름다운 낙동강변을 길게길게 고단해서 지칠 만큼 걸어보고 싶어져요.
그 다음은,,,,,,,,,
낙동강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사리지기 전에
그 모습들을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기억하고,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하회마을...옛날 수학여행인가...그때 가봤던 기억이 나네요...
아..저런 장소가 4대강 때문에 사라지는 것을 보니..
정말 안타깝네요..
정말 이나라 정책에 대해 할말이 없습니다.
좋은 한주 보내세요~앞산꼭지님.
그래요.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4대강의 모든 아름다운 곳들이
보 때문에, 주변 개발 때문에 절단이 난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뿐입니다.
아직 겨울은 겨울이라 사진으로 보이는 모습이 좀 쓸쓸해보입니다.
예, 쓸쓸한 아름다움이겠지요.
조파파님도 시간이 허락하면 한번 다녀오시지요.
많은 것들을 담아올 수 있을 겁니다.
진짜 너무하네요. 이놈의 4대강 정비, 최근엔 엄기영 사장님 사퇴...
안타까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